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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난민 인신매매·성폭행 사례 잇달아 보고…"이건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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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난민 인신매매·성폭행 사례 잇달아 보고…"이건 공포다"

구호단체 등 난민 쉼터 근처서 인신매매 활동 보고 …개인 봉사자들은 이력 조회 사실상 불가능

우크라이나에서 국외로 도피한 난민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인 가운데 이들에 대한 인신매매 및 성폭력 사례가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정주할 곳을 잃은 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내 주는 개인들의 자발적 도움은 환영할 만 하지만 봉사에 나선 개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 조사도 어려운 현 상황은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난 현장에서 늘 젠더 기반 폭력이 발생하는 만큼 성폭력 관련 교육을 받은 봉사자의 투입 필요성 등이 제기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 집계를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 여가 지난 이달 27일까지 우크라이나 밖으로 탈출한 난민의 수는 387만명에 이른다. 전쟁 발발 뒤 전투를 위해 성인 남성 출국이 제한된 탓에 대다수의 난민이 여성과 어린이인 것으로 전해지며 이들에 대한 인신매매 및 성폭력 사례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트위터에 "인신매매범들과 포주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비극이 아니다. 기회다. 여성과 어린이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썼다.

그 자신도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난민인 20대 초반의 여성 마르게리타 허스마노프는 국경을 넘은 뒤 폴란드 국경 지대에 2주나 머물며 난민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BBC> 방송에 말했다. "끔찍한 전쟁에서 겨우 달아난"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나쁜 손"을 뻗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봉사에 나선 첫 날 이탈리아에서 온 세 명의 남성이 성매매로 팔아 넘길 예쁜 여성을 찾고 있는 걸 봤다. 경찰에 신고했고, 내 생각이 맞다는 게 판명됐다. 이건 공포다"라고 이 방송에 말했다. 그는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인신매매 문제를 당국이 인지하고 경찰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며 난민들을 조직적으로 팔아 넘기려는 일당들은 많이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구호단체들의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 도시 루블린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호모 파베르 활동가 캐롤리나 비어즈빈스카는 "난민 쉼터 근처에서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노리는 포주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교통수단·일자리·숙소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때로 공격적으로 접근해 말을 건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독일 경찰은 이달 9일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인신매매 시도에 대해 독일어·우크라이나어·러시아어로 경고했다. 경찰은 "베를린 중앙역에서 일부 사람들이 숙소 제공 들을 빌미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런 행위를 발견하면 경찰에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원봉사자로 위장해 인신매매를 시도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아이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여성 난민인 엘레나 모스크비티나는 <BBC>에 루마니아 국경 지대에서 '가짜 자원봉사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엘레나는 난민 센터에서 국경 지대를 벗어날 차량을 찾고 있을 때 자원봉사자로 자처한 이들이 승합차를 몰고 와 엘레나 가족이 스위스로 가야 한다고 강요하며 엘레나와 딸을 "추잡한" 시선으로 봤다고 했다. 두려워진 엘레나가 그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그들은 크게 화를 냈고 엘레나 가족은 틈을 봐서 도망쳤다.

유럽 아동보호단체인 미싱칠드런유럽의 아그제 레벤 사무총장은 "국경에서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아동들이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인신매매 조직은 경찰이 어느 정도 단속할 수 있지만 조직이 아닌 개인들이 난민을 착취하는 것은 사실상 막을 방도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에게 방을 제공한 남성이 신분증을 빼앗고 가사 노동을 요구했으며 이후 성적인 접근을 시도했고, 이를 거절하자 내쫓았다고 알리기도 했다.

<AP> 통신을 보면 폴란드 경찰은 이달 중순 쉼터를 제공하겠다며 19살 우크라이나 난민 소녀를 꾀어 내 성폭행한 39살 남성이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유사한 수법으로 16살 소녀에게 접근한 사례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BBC>는 "유럽 전역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을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심사하는 것은 완벽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첸 렌이스 덴버대 조셉코벨국제관계대학 교수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현재로서는 개인적으로 난민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을 감독할 체계도, 방법도 없다"며 특히 쉼터를 찾는 난민과 집을 제공하려는 개인을 연결해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경우 개인들에 대한 어떤 배경 심사도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난민과 개인 쉼터 제공자를 연결하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 58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을 만큼 활성화 돼 있다.

레이스 교수는 기고를 통해 앞선 연구를 보면 성폭력 관련 훈련을 받은 여성 통역사 및 다른 난민 여성들이 주도하는 공동체 프로그램이 난민에 대한 성폭력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며 "우크라이나 여성 난민들이 그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비슷한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수용소로 쓰이는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의 만다치호텔에서 다섯 살배기 난민 어린이가 눈물을 흘리는 엄마 얼굴에 입을 맞추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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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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