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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100년 역사' 성매매 집결지…남겨진 과제는? [성매매추방주간]

지난 5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의 한 업소 창문에 붉은 페인트가 칠해있다./수원=연합뉴스




길게는 100여 년간 유지된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가 최근 폐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2004년 제정돼 성매매 행위 처벌 및 피해 여성 지원을 명문화한 이후 17년만이다. 개발 논리 확산,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자활 지원, 폐쇄 성공 사례 등장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려 나타난 변화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회의 인식 등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매매가 다양한 형태로 음지화되고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남아있는 성매매 집결지 14곳…개발 논리에 밀려 대부분 폐쇄 앞둬


성매매추방주간(9월 19~25일)이 하루 지난 2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성매매집결지는 총 14개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당시 35개였던 집결지는 2016년 24개, 올해 14개로 폐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제 강점기 때 생겨 110년간 유지된 대구 자갈마당이 2019년 8월, 경기 지역 최대 규모였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지난 5월, 60여년 역사의 전주 선미촌이 지난 6월 폐쇄됐다. 남아 있는 집결지도 세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폐쇄가 추진 중이라는 것이 여가부의 설명이다.

지지부진하던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속도를 내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 번째는 개발 논리다. 장은희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소장은 "집결지는 이해관계자도 많고 지역 토호세력의 유착 문제도 있어 폐쇄가 쉽지 않았지만 2010년대 중후반이 되면서 개발 논리에 의해 상황이 바뀌었다"며 "집결지가 대부분 도심에 있는데 주변이 많이 재개발되면서 지자체로서는 폐쇄할 이유도 커졌고, '차라리 개발이익을 얻자'고 생각한 건물주와 토지주도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주 선미촌의 시티가든 일부(왼쪽 사진)와 2017년 진행된 기획 전시 '리본 프로젝트'의 일부(오른쪽 사진). 전주시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등은 지난 2014년부터 선미촌을 여성인권·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점진적인 재생을 추진해오고 있다./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공


지자체, 탈성매매 자활 지원·기억 공간 조성 병행…전주 선미촌은 재생 모범 사례로


동시에 '자활 지원'과 '기억 공간 조성'을 두 축으로 한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하영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대표는 "집결지가 폐쇄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그 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여성들이기 때문에 춘천·대구·전주에서 선제적으로 조례를 만들어 자활 사업을 시행했다"며 "특히 전주 선미촌은 도시재생 방식을 취해 업소 자리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진행하는 등 여성 인권 공간으로 탈바꿈되면서 많은 지역에서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대구 역시 기억 공간 조성과 동시에 3년간 자활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자갈마당에 있던 110여 명의 여성 중 대다수인 90명이 탈성매매 서약서·자활 계획서를 쓰고 1년간 주거비·생계비·취업교육비를 지원받았다. 인천·수원·창원·부산·대전 등도 전주·대구와 비슷한 내용의 지원 조례를 시행 중이거나 시행할 예정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 8월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을 찾아 수원역성매매집결지 기획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수원시는 오는 28일까지 수원역성매매집결지 역사를 기억하는 전시회 '여기-잇다'를 개최한다./수원시 제공


세금 지원 논란 있지만…"결근 벌금 수십만원, 일할수록 빚지는 구조 이해해야"


하지만 자활 지원 사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자발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탈성매매 여성에게 세금 지원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원이 끊긴 후 다시 성매매로 유입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창원의 경우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탈성매매 여성에게 매입임대주택을 최대 4년 지원한다는 협약을 맺었다가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 6월에는 한국여성재단이 대학 진학을 원하는 탈성매매 여성에게 연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공고를 냈다가 논란이 됐다.

지원단체들은 자활 지원 사업이 필요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변정희 부산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상임대표는 "성매매 여성은 쉽게 돈을 번다는 편견이 있지만 성매매 산업은 일을 할수록 더 많은 빚을 지게 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라며 "예를 들어 몸이 아파 결근을 하더라도 하루에 30~7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집결지 여성 대부분이 절대적인 복지계층선 이하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 대표는 "더군다나 집결지 여성들은 10대 후반처럼 어릴 때 유입돼 10~20년간 성매매만 했기 때문에 자립할 수 있는 자원이 전무하다"며 "이런 이들에게 공적 지원 없이 스스로 탈성매매를 하라는 것은 계속 성매매를 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음지화되는 성매매…"제도 보완해 나가며 단속 이어갈 것"


다만 음지에서 성황 중인 성매매 산업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이후에도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난제다. 경찰청의 지난 2019년 1~9월 성매매 업종별 단속 현황 통계를 보면, 전체 3,526건 중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가 712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오피스텔(596건), 변태 마사지(578건), 유흥주점(262건) 순이었다. 단속이 어려운 곳에서 더 많은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성매매 집결지는 소위 '유리방' 방식으로 적나라하게 여성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컸고, 상징성 측면에서라도 빨리 폐쇄돼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신·변종 성매매는 최근 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이 형사처벌 대상이 됐듯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 나가면서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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