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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당신의 원룸 옆방에서 ‘인형 성매매’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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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당신의 원룸 옆방에서 ‘인형 성매매’가 벌어진다

오피스텔에서 리얼돌 이용한 불법 성매매.  장희준기자
관계 법령이 마련되지 않은 규제 공백을 틈타 ‘리얼돌 체험방’이 주거 공간까지 파고들고 있다. 사진은 24일 수원시청 인근 오피스텔에 마련된 리얼돌 체험방. 장희준기자

“예약하신 시간까지 ○○○오피스텔 1층으로 오셔서 다시 전화주세요”

24일 낮 12시께 수원시청에서 300여m 거리의 한 오피스텔. 주거 공간으로 숨어든 ‘리얼돌 체험방’을 찾는 건 홈페이지에 나온 번호로 전화 1통, 문자 1통이면 충분했다.

평범한 원룸의 문이 열리자 붉은 조명이 비치는 어두운 방이 나타났다. 침대 위엔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은 키 156㎝의 여자가 누워 있었다. 여성의 신체와 얼굴을 정교하게 본 떠 만든 실리콘 인형, 리얼돌이었다.

체험방은 시간당 4만원의 요금을 받았으며, 결제는 오로지 현금만 가능했다. 업소의 분위기부터 운영 방식까지 성매매 업소와 상당히 유사했다. 집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형 성매매’인 셈이었다.

리얼돌에 대해 규정하는 법령이 마련되지 않자, 규제 공백을 틈타 변종업소가 성행하고 있다.

이날 찾은 체험방과 같은 브랜드명을 내건 업소는 현재까지 전국에 36곳, 이 가운데 경기지역에만 10곳이 문을 열었다. 모두 오피스텔을 비롯한 주거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리얼돌은 여성에 대한 성(性) 상품화 논란부터 작은 신체 형상으로 인한 아동 성 상품화 우려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달 중순 용인의 한 초등학교 근처에서 영업하던 리얼돌 체험방은 교육환경법 위반으로 문을 닫았지만, 학교 반경 200m가 아니면 어디에나 문을 열 수 있다.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엇박자를 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개인의 사생활에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관세청은 해당 건에 대해서만 허가하고, 나머지는 풍속 저해 우려로 모두 통관을 막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법원 판결에 항소까지 제기했다.

경찰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단속 근거가 없는 데다 검찰마저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 일쑤인 탓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3월 풍속영업규제법 위반 혐의로 리얼돌 체험방 업주 A씨를 수원지검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불기소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리얼돌 체험방은 성매매 업소와 운영 방식이 상당히 비슷하다”며 “여성의 신체를 그대로 본 떠 상품화하고 있으나, 이것이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똑같이 만든 리얼돌에 대해서도 풍속영업으로 규정하는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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