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인증 외 실효대책 필요성

미성년자 성매매의 주요 매개체인 랜덤 채팅이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폐단이 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중학생 A 양과 랜덤 채팅에서 만나 성관계를 가진 혐의(미성년자 간음죄 등)로 채팅 대화 상대를 쫓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랜덤 채팅 앱이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A 양과 만나 식사나 술 등을 대가로 제공한 뒤 간음한 혐의를 받는다.

A 양과 부산진구청소년문화센터에 따르면 A 양은 학교와 가정에서의 불화로 지난해부터 자주 가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웹툰이나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랜덤 채팅을 알게 됐다. 호기심에 랜덤 채팅에 입장하자 여러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말부터 ‘성관계를 하자’는 노골적인 제안까지 쏟아졌다. A 양은 “미성년자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좋다’고 했었다”고 전했다. 만남을 요구한 남성들은 미성년자 성매매를 넘어 성착취를 자행했다. A 양을 간음한 남성 일부는 ‘벗은 사진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고, 성관계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 등 변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랜덤 채팅은 지속적으로 미성년자 성범죄의 온상이란 문제 제기를 받아왔다. 숙식 해결 등을 빌미로 가출한 미성년자를 성매매로 내모는 등의 범죄에서도 랜덤 채팅은 성매수자 모집(국제신문 지난해 11월 17일자 1면 등 보도)을 위해 사용돼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2월 국내 408개 랜덤 채팅 앱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랜덤 채팅은 ▷휴대전화 또는 실명 인증 ▷대화 저장 ▷신고 기능 도입 ▷청소년 유해 표시 등이 의무화됐다. 미성년자의 랜덤 채팅 유입을 차단한다는 취지다. 지난 2월엔 이 같은 조처를 따르지 않은 12개 앱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성인 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랜덤 채팅에 들어갈 수 있는 탓이다. A 양의 경우 ‘학교 숙제 때문에 휴대폰 인증이 필요하다’고 어머니를 속여 앱에 가입했다. 박용성 부산진구청소년문화센터장은 “한 번만 인증을 뚫고 앱에 로그인하면 계속해서 랜덤 채팅을 할 수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해 이들과 성매수자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