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들이 게임 정보를 공유받는다고 오픈채팅을 해도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요즘 친구들하고 소통도 SNS로 하는 편이라 수시로 확인하고 지켜보는데 솔직히 걱정되긴 해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는 40대 A씨처럼 새 학기 들어 자녀들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오픈채팅 사용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래끼리의 따돌림, 욕설 등의 괴롭히는 행동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음란한 행동이나 대화를 유도하는 성착취 등 오픈채팅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어서다.

12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에서 지난달 40대 남성이 오픈채팅을 통해 만난 초등학생 B양을 룸카페로 데리고 가 성범죄를 저질러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자신을 19살로 속였으며,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B양에게 건네기도 했다.

이처럼 아동·청소년의 오픈채팅 이용률이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범죄도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2년 내놓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국의 학생 3천789명(초등학교 5~6학년·중학교 1~3학년·고등학교 1~3학년) 중 오픈채팅에 참여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비중은 19.6%에 달했다.

오픈 채팅을 경험해 본 청소년 중 65.3%는 낯선 타인으로부터 사적인 연락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2022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폭력 피해 유형 중 ‘온라인(채팅앱·게임 등)에서 스토킹이나 성적인 대화 또는 성적인 행위 유인, 성희롱 피해’를 당하는 비율이 1.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청소년폭력 및 성폭력의 주요 가해자로 ‘인터넷(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이라는 비율도 증가추세를 보였다.

청소년폭력 가해자의 경우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이 2018년 0.8%에서 2020년 7.6%, 2022년 9.9%로 늘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응답도 2018년 3.9%, 2020년 7.6%, 2022년에는 17.3%까지 뛰었다.

성폭력 가해자가 온라인에서 알게 됐다는 응답은 2018년 6.2%에서 2020년 9.9%, 2022년 17.3%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부터 오픈채팅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보호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동, 청소년들이 친구를 사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오픈채팅방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성인들이 실제 나이를 속이고 나쁜 의도로 접근해서 피해나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지도나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연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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