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 20년, 4300억 챙기고 47억만 뱉어낸 장사였다 [성매매특별법 20년 완월동 폐쇄 원년으로]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 손익 계산서 뜯어 보니

56곳 중 43곳이 주상복합 대상지
평당 2500만~3000만 원에 계약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에도 영업
추산 매출 규모만 4000억 원 육박
여성 수익에서 운영비 떼는 구조
실질적 매출 전체가 업주 몫 추정
벌금·추징금·이행강제금 등 명목
환수된 돈은 다 합쳐야 40억 원대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성매매는 일종의 경제범죄다. 알선하고, 사고 팔고, 공간을 제공하는 모든 과정에 돈이 거래된다. 최근 들어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추징·몰수가 활발해졌지만, 알선사범이 성매매를 중단할 만큼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가장 ‘가시적인’ 성매매 유형인 집결지의 성매매 수익구조를 분석했다. 등기부등본과 판결문, 여성가족부 성매매 실태조사, 현장 상담소 자료, 여성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2004년 9월)된 이후 완월동 쇠퇴기 20년간 업주의 손익을 추산했다.

■평당 3200만 원에 팔린 건물

지구단위계획안 등에 따르면 완월동 업소 56곳 중 43곳(대지 면적 5970.7㎡)이 주상복합 건립 대상지에 포함된다. 43개 업소 중 2곳은 주상복합 건립 시행사에 팔려 철거됐고, 몰수된 M 업소의 지분 10%를 지난해 5월 동일한 시행사가 사들였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M 업소 지분 10%의 거래가는 1억 8560만 원으로, 평당 3205만 원에 달했다. 나머지 시행사가 사들인 건물의 평당 거래가는 각각 2290만 원(2022년 10월), 1970만 원(2022년 1월)이었다.

부동산에서 말하는 시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구 한 부동산 관계자는 “건물주들 대부분 평당 2500만~3000만 원으로 시행사와 계약서를 써둔 상태다. 허가 나고 건설사만 찾으면 되는 상황”이라며 “한 때는 권리금 포함해서 한 건물에 60억~70억 원이었다”며 현재 평당가는 헐값에 가깝다는 투로 설명했다.

사업 계획에 포함된 나머지 건물도 평당 3205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추산하면, 매각 대금은 총 5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 이후로도 수천억 매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9월 완월동 하나관(가칭)에서 일한 연주(가명) 씨의 매출은 273만 원이었다. 일명 ‘나까이’로 불리는 호객꾼 비용 10%를 떼주고, 업주와 수익을 절반씩 나눈 후 방값 등을 내고 나면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많지 않았다. 65만 원이던 월세가 2004년부터 30만 원으로 줄었지만, 지각비로 520만 원이 추가되는 등 착취 굴레에서 빚은 금세 부풀었다. 당시 집결지에 ‘연주’ 씨와 같은 여성 296명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월동 전체 월 매출은 8억 원에 달한다.

15년이 지난 2019년 7~8월 화민관(가칭) 업소의 월 매출은 5900만 원을 웃돌았다. 하루 최대 39명의 성매수자가 찾아왔고, 가장 영업이 안된 날에도 5명이 업소를 찾았다. 당시 업소 42곳이 비슷한 매출을 올렸다면 매달 성매매로만 24억 8500만 원 상당이 이 지역에서 거래된 것이다.

이 두 시점의 월 매출을 최소와 최대치로 잡아 20년 동안의 영업이익을 거칠게 계산해보면 약 3840억 원에 달한다.

29일 취재진은 더욱 정교하게 완월동의 영업매출을 추산했다. 전체 기간은 성매매특별법 시행부터 이달까지 19년 4개월로 정하고, 코로나 등 영업 환경 변화를 감안해 5년 단위 4개 시점으로 나눴다. 각 시점에서 업소 수와 성매매 대금은 판결문과 부산연구원 연구보고서,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자료 등을 토대로 했다. 1일 평균 성구매자 수치는 정부가 3년마다 발행한 ‘성매매 실태조사’를 근거로 계산했다. 산출 결과 영업 매출은 약 3970억 원에 달했다.

■영업 매출은 업주 주머니로

영업 매출의 대부분은 업주가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근비, 선불금 탕감 등을 고려하면 여성과 매출을 반으로 나누더라도 여성의 몫을 다시 업주가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완월동에서 일하다 최근 업소를 나온 한 여성은 “한 때 여성 7명이 있는 업소에서 인당 매출이 100만 원 넘게 나왔다. 나까이를 부르면 10% 떼주고 결근비는 한 번에 70만 원이었다”며 “아파도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못 갔고, 마지막에 업소에서 나올 땐 수중에 1만 원 정도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의 집결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이하영 공동대표는 “포주들이 업소 운영비를 자기 수익에서 감당하지 않고, 여성 수익에서 운영비가 지출되는 구조”라며 “실질적으로는 매출 전체가 업주의 몫이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44억 원짜리 영업허가

서구청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완월동 주상복합 건립 예정지 내 위반건축물 20곳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총 2억 4000만 원이다. 현재 6000만 원 정도가 납부됐고, 1억 8000만 원은 미납 상태다. 서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2019년쯤 집중 단속을 해서 조치되고 있다”며 “개발이 진행되면 납부 의무는 시행사가 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완월동의 불법 성매매에 내려진 법원 판결문 7건을 확보했다. 판결문을 확보해 분석해보니, 업주와 건물주의 평균 벌금액은 340만 원이었다. 추징 선고는 2건의 판결에서만 이뤄졌고, 평균 1594만 원이 추징됐다. ‘법원 선고가 가장 많을 땐 한 달에 1개 업소 선고가 있었다’는 현장 활동가의 증언을 기준으로, 지난 19년 4개월 간 매달 1건의 벌금과 추징 선고가 있었다고 가정하면 벌금과 추징금은 최대 44억 원에 달했다. 4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과 비교해 손해를 볼 만한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이 대표는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추징금이나 벌금은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그렇기 때문에 단속이 되더라도 업소 이름만 바꿔가며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익 추산 과정에서 일부 업소가 국가가 지분을 소유한 땅 약 18평가량에 세워져 ‘부당이득금’이 발생한 것도 확인됐다. 부당이득금을 징수하는 캠코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액수를 공개하지 않아 산입하지 못했다. 캠코 관계자는 “국가 땅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에 대한 부당이득금을 청구하고 있다”며 “청구 기간과 금액 등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