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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여성들]② "과거 잊고…제때 출퇴근하는 평범한 삶 꿈꿔"

송고시간2023-1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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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우리나라 최초이자 부산지역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의 재개발 사업이 최근 승인됐습니다.

완월동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 60여명은 다시 사회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20여년간 부산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서 일한 60대 A씨는 현재 자신을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당당히 소개하며 21일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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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률·직업훈련 지원받아 학교 진학·취업 등 안정적 정착

"다른 성매매 업소로 옮겨가지 않도록 적절한 지원 필요"

[※ 편집자 주 = 우리나라 최초이자 부산지역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의 재개발 사업이 최근 승인됐습니다. 완월동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 60여명은 다시 사회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 지원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완월동의 개발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기획 기사를 20일부터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완월동의 흔적
완월동의 흔적

[부산여성인권단체 '살림'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성매매 집결지에서 나오더라도 적절한 지원과 스스로를 믿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다시 잘 살 수 있어요."

20여년간 부산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서 일한 60대 A씨는 현재 자신을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당당히 소개하며 21일 이렇게 말했다.

당초 폐결핵 때문에 업소에서 나왔던 그는 여성단체로부터 의료 지원을 받아 건강부터 회복했다.

A씨는 "사회적으로 자립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렸지만, 적성검사를 받으며 맞는 직업을 찾고 관련 교육을 받으며 용기를 가졌다"며 "일단 주거와 생계비를 지원받고 나니 자격증도 여러 개 취득하고 꾸준히 사회에 재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완월동의 흔적
완월동의 흔적

[부산여성인권단체 '살림'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어 "지금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20대 때 연락이 끊긴 가족들과도 다시 연락이 닿아서 잘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폐쇄된 성매매 업소에서 수십년간 일했던 여성들은 다시 사회로 나와 스스로 일어설 힘이 부족하다.

그러나 사회가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만 해준다면 다시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완월동의 흔적
완월동의 흔적

[부산여성인권단체 '살림'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여성인권단체 '살림'이 완월동에서 나온 여성들에 대해 법률, 의료, 직업훈련 등 지원을 이어온 결과 초반에는 사람들과 다시 어울리기 어려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후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업을 가지는 등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10년 가까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 30대 B씨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 검정고시를 치고 난 뒤 전문대 졸업하고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며 "자신감이 없어 친구도 많이 못 사귄 데다가 평생 하지 않았던 공부를 하려니 힘들어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 악물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과의 교류가 늘면서 앞으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배웠다"고 말했다.

성매매 집결지
성매매 집결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성년자 때부터 일했던 여성 C씨는 "법률 지원 덕에 포주의 빚 독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몸도 마음도 건강을 되찾아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성매매 여성으로 그렇게 동경했던 평범한 삶, 아침에 직장으로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그 꿈을 이뤘다"며 "완월동에 있는 여성들이 포기하지 않고 사회에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집결지 폐쇄 이후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여성들은 타지역의 성매매 업소로 다시 유입될 우려도 있다.

충남 아산시 온천동 일대 '장미마을'
충남 아산시 온천동 일대 '장미마을'

[촬영 이은중]

충남 아산시의 성매매 집결지 장미마을에 여성친화형 도시재생 사업을 도입한 윤금이 천안시 성평등전문관은 "탈성매매 지원 조례로 받는 지원금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업소에서 나온 여성들 가운데 다시 예전 삶으로 돌아가는 게 나은 게 아닐지 고민하는 분도 있었다"며 "그러나 과거의 감내하기 힘든 모욕, 사람 같지 않았던 생활 환경 등을 떠올리며 참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트에서 장 보는 것부터 연습이 필요한 이 여성들에게 최소한의 지원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은 다시 성매매 업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시민으로 끌어안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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