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완월동 재개발… 성매매 여성 지원시설은 없어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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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사업자,건축허가 절차 밟아
최고 162m 주상복합건물 계획
이르면 내년 상반기 착공할 듯
일조·조망권 피해 난개발 우려
도시재생 공익개발 주장 여론도

전국 최초이자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서구 완월동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전망이다. 정종회 기자 jjh@ 전국 최초이자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서구 완월동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전망이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서구 충무동 완월동 재개발 사업이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 완월동도 120년여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을 맞고 있다. 이 지역 개발권을 가진 사업자가 최근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위한 건축허가 절차를 밟으며 관할 지자체인 부산 서구청도 건축 허가 여부를 고심 중이다. 다만 개발 계획에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고려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일 부산 서구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주)호성건설이 서구 충무동3가 33번지, 이른바 완월동 일원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며 서구청에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건설사 측은 이 부지에 최고 162.8m 높이 44~46개층 6개동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는 복안이다.

앞서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도 지난 6월 완월동 일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조건부 승인(부산일보 7월 11일 자 8면 보도)했다. 〈부산일보〉 취재진 확인 결과, (주)호성건설은 건축심의 통과 약 2개월 뒤인 지난 9월 1일 건축허가 신청서를 서구청에 제출했다.

일단 서구청은 일부 서류 보완을 요구했다. 서구청은 지난달 13일 소방·범죄예방시설 설치 등 일부 계획을 보완하라며 계획안을 돌려보냈다. 계획안에는 생계를 위해 완월동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 등을 위한 시설은 따로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측은 오는 24일을 수정 계획 제출 시한으로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사업자가 계획 보완 등을 진행하는 등 절차가 이어지면 서구청은 수개월 내 건축 인허가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건축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관련 부서 협의 및 보완 과정 등을 거쳐 6개월 이내에 처리된다. 서구청 허가가 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도 착공이 가능해져 조만간 완월동 재개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서구청 관계자도 “보완사항 등이 완료되고 재해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이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께 인허가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면 부산의 아픈 기억을 담은 완월동이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완월동은 일제강점기 부평동에 자리잡고 있던 성매매 업소들이 1902년께 충무동 인근으로 옮겨오면서 전국 최초이자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로 형성됐다.

완월동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면서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현재는 일부 성매매 업소만 남아 있다. 부산의 또 다른 성매매 집결지였던 부산진구 ‘범전동 300번지’ ‘해운대 609’ 등이 앞서 사라진 길을 따르게 된 것이다. 동시에 민간 자본이 해당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눈독을 들였다.

문제는 막대한 재개발 이익이 성매매를 가능케 한 일부 건물주와 업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민간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을 통한 공익적 개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난개발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주)호성건설이 부산시에 완월동에 초고층 건물을 짓는다는 사업계획을 선보인 뒤 ‘빌딩 병풍’이 완월동 일대에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뒤편 산복도로 일대의 일조권과 조망권 피해도 불가피하다.

아직 서구청에 주상복합건물 관련 건축물 철거 신청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구청은 이번 재개발 건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장한 서구청 건축과장은 “건축 허가 신청이 들어온 뒤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쳐 사업 계획을 검토 중에 있다”며 “완월동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더불어 이번 사업이 향후 주변 일대 재개발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난개발 우려가 없도록 신중하고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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