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사지’로 내몬 가해자, 7년 전에도 성매매 알선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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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 위반 등 징역 3년 6개월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
누범 기간 추가 범행 계획한 듯
처벌 기준 개선 등 필요성 커져

평범한 10대 구직자를 죽음으로 몰고 산 스터디카페 알바 미끼 성범죄 사건(부산일보 9월 6일 자 1면 등 보도)의 가해자가 7년 여 전에도 키스방을 운영하며 청소년을 고용하고 성매매를 알선해 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가장 낮은 수준의 처벌을 받았던 가해자는 키스방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출소 뒤 누범 기간 중 치밀하게 성폭력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2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강요행위, 강제추행, 성매수)·간음유인·강제추행·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성매매알선·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준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2018년에도 성매매 알선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영업행위 등)·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며 40시간의 성매매알선 방지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 씨는 2016년 6월 말부터 2017년 9월 6일까지 부산 부산진구에서 키스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와 성인을 고용해 유사성행위 등을 알선했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A 씨는 20년간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징역 3년 6개월은 A 씨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처벌이었다. 여러 혐의를 받았던 A 씨의 양형기준의 권고형량은 징역 6년 이상 11년 6개월 이하였다.

하지만 당시 재판에서 A 씨는 반성문을 10장이나 제출했고 재판부는 최소 권고형량의 절반 수준으로 형량을 낮췄다. 1심 재판부는 “영업 기간이 1년 3개월 정도로 짧지 않고, 업소의 규모와 고용된 여성들의 수, 경찰 단속 이후에도 영업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한 정황이 보이는 점 등”을 지적하며 A 씨 죄질이 불량하다고 했으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의 이유로 최소 형량이 결정된 배경을 설명했다.

A 씨는 1심 선고 뒤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선고할 수 있는 최하한”이라며 이를 기각했다.

A 씨가 누범 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 형량을 채우는 동안 반성하기 보다 오히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 범행을 계획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으로 처벌을 받았지만 이번엔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폭력까지 일삼은 만큼 오히려 죄질이 더 불량해졌다.

여성 구직자를 유인하는 방법 등을 비롯해 구직자가 성매매 업소를 찾아온 것처럼 상황을 만들면, 피해자가 제대로 된 저항이 어렵고 처벌도 쉽지 않다는 것도 장기간 관련 업계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파악했을 것이 가능성이 크다.

‘알바성폭력피해사건대책위’ 등은 A 씨의 계획적 범행이 계속 드러나는만큼 엄벌과 함께 성폭력의 범위가 제한돼 있는 법률적 한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올’ 강현주 변호사는 “아청법에서는 위계 등 간음이 강간과 처벌 수위가 징역 5년 이상으로 똑같아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면 꽤 높은 형량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범행과 사망한 피해자의 극단 선택 간 인과성은 아직 판례가 없어 인정되지 못한 것 같다”며 법률적으로 A 씨의 범행을 충분히 밝히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피해자 유족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를 이용해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척 10~20대 여성에게 접근했다.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는 줄 알고 부산진구 한 스터디카페로 찾아온 이들에게 키스방에서 일할 것을 권유하고,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업소로 유인한 뒤 실습을 해보겠다는 취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올 4월께 이같은 사건을 겪은 한 재수생 피해자는 충격을 받고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검찰에 확인된 피해자는 총 6명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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