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속 중 찍힌 성매매 여성 ‘나체 사진’…법원 “위법한 증거”

입력 2023.09.25 (15:08) 수정 2023.09.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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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성매매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동의 없이 성매매 여성의 나체 사진을 촬영했다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지난 21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사건에서 제출된 A 씨의 신체 사진과 진술서를 ‘위법 수집 증거’로 보고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오피스텔로 성매매 단속을 나가 현장에 나체 상태로 있던 A 씨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촬영했습니다.

A 씨는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해당 사진은 단속팀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수사정보’라며 공유됐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경찰의 위법한 수사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의 없는 사진 촬영과 더불어, 진술 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고 진술서를 쓰게 한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영장주의 및 적법 절차 원칙에 반해 수집된 위법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특히 문제의 사진에 대해 법원은 “성매매가 행해진 호실에서 범행 직후 촬영됐다는 점에서 증거 보존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었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피고인의 인격권 침해가 상당한 바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방법에 의해 촬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에 반하는 사진 촬영은 강제수사이기 때문에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하는데 법원으로부터 사전·사후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를 종합한 결과 A 씨에게 유죄가 인정된다고 보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 씨를 지원해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측은 오늘(25일) “경찰의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것은 명백한 폭력”이라며 “이번 판결을 통해 경찰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A 씨 측은 수사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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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5 15:08:41
    • 수정2023-09-25 15:12:05
    사회
경찰이 성매매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동의 없이 성매매 여성의 나체 사진을 촬영했다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지난 21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사건에서 제출된 A 씨의 신체 사진과 진술서를 ‘위법 수집 증거’로 보고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오피스텔로 성매매 단속을 나가 현장에 나체 상태로 있던 A 씨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촬영했습니다.

A 씨는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해당 사진은 단속팀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수사정보’라며 공유됐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경찰의 위법한 수사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의 없는 사진 촬영과 더불어, 진술 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고 진술서를 쓰게 한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영장주의 및 적법 절차 원칙에 반해 수집된 위법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특히 문제의 사진에 대해 법원은 “성매매가 행해진 호실에서 범행 직후 촬영됐다는 점에서 증거 보존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었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피고인의 인격권 침해가 상당한 바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방법에 의해 촬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에 반하는 사진 촬영은 강제수사이기 때문에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하는데 법원으로부터 사전·사후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를 종합한 결과 A 씨에게 유죄가 인정된다고 보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 씨를 지원해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측은 오늘(25일) “경찰의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것은 명백한 폭력”이라며 “이번 판결을 통해 경찰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A 씨 측은 수사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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