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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범죄에 착취까지…'범죄 온상' 디스코팡팡

굳게 자리 잡은 기형적 팬 문화…관리 방향은?

[취재파일] 성범죄에 착취까지…'범죄 온상' 디스코팡팡

왜 10대들은 디스코팡팡에 빠졌나

2040세대들에겐 디스코팡팡은 학창 시절 즐겨 탔던 추억의 놀이기구일 겁니다. 특히 월미도가 유명하죠. DJ들이 손님들에게 짓궂은, 때로는 얄궂기도 한 농담을 던지면서 원판을 마구잡이로 돌리는 식입니다. DJ가 일부러 기구를 세차게 흔들면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없는 팔 힘을 끌어모아서 버텨야만 하죠. 그러다 보면 팔뚝에 시퍼런 멍이 생기곤 하는데 이 또한 훈장인 것마냥 웃어넘겼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그런 디스코팡팡이 어떻게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일반 손님의 시선에서 조금 비틀어봤더니 새로운 세계가 열렸습니다. 기분 내러 가끔씩 타러 가는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면엔 '착취'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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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여러 명이 10대 손님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강요해 구속됐다.'

요즘의 디스코팡팡엔 '기형적인 팬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DJ들은 대부분 젊고 외모도 훈훈한 20대 초중반 남성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은 직접 DJ를 하고 원판 위에서 점프 같은 묘기도 보입니다. SNS를 통해 손님들과 직접 소통도 하는데, 주로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합니다.

주 손님층은 10대 여학생들입니다. 정말 기구만 타러 온 학생들도 있지만, DJ와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꽤나 많았습니다. 일종의 팬심인 것이죠. 구속된 디스코팡팡 직원들은 이런 점을 노렸습니다. 자신들을 잘 따르는, 친해지고 싶어 하는 10대 손님들의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벌었습니다.

디스코팡팡 성범죄
"DJ는 연예인 같은 존재", "친해지고 싶어서 매일 온다",
"DJ 오빠 좋아해서 일을 도와주고 있다",
"표 판매 할당량 못 채우면 퇴근을 못 한대서 몇백 장씩 사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어린 손님들이 한 말입니다. DJ들과 '라뽀'를 쌓기 위해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한 친구들, 아르바이트비는 고사하고 자처해서 일을 도와주는 친구들, 하루에 몇 번이고 연속으로 타는 친구들까지 다양했습니다. 보통 한 번만 타도 어지러운데 말이죠.

DJ들은 VIP 제도를 운영하며 표를 많이 산 손님에게 자신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표를 더 많이 살수록 사진 찍기, 회식 같이 가기 등 옵션이 추가됐습니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 한 달에 900여 장, 총 360여만 원을 쓴 중학생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에서 멈췄다면 도의적인 지탄에 그쳤을 겁니다. 하지만 DJ들은 이 친밀감을 이용해 범죄까지 나아가며 문제를 키웠습니다.

디스코팡팡 성범죄 계좌 내역

#갈취
취재진이 만난 20대 여성 A 씨는 중고등학생 때는 물론 성인이 된 후에도 상습적으로 갈취를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DJ들로부터 갈취당한 금액이 300만 원이 넘었습니다. A 씨는 "대학을 다른 지역으로 가면서 DJ들과 안 마주칠 수 있었지만, 다시 수원에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끊임없이 돈을 요구했다"며 "돈을 안 주자 집에 찾아온다고까지 해 두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성매매 알선, 폭행, 성폭행
이들의 만행은 단순 갈취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범 DJ 3인방은 손님들을 성매매의 늪에 빠뜨리기까지 했습니다. 단골 10대들에게 외상으로 표 몇백 장을 사게 한 뒤, 성매매를 통해 돈을 갚게 하는 겁니다. 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주선하고,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모텔에 가둬놓고 협박과 폭행까지 이어갔습니다. 금전적 여력이 없던 학생들 돈을 벌어 곧이곧대로 갖다 바쳐야 했습니다. 이렇게 주범 3인방이 성매매를 알선한 횟수는 무려 1천여 회에 달했고, 직접 강간 등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초등학생한테까지 성매매 강요…심리적 지배 정황도

7월에 구속된 DJ 3인방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습니다. 방청석에 앉아있는 대다수가 앳된 얼굴들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이었습니다. 그 중엔 12세 초등학생도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성년이 안 된 어린 친구들이라는 건 큰 문제입니다.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느리고, 상처가 덧날 확률 또한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DJ들이 성매매를 권유했을 때 분명한 거절 의사를 보인 학생들도 있던 반면, 저항도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심리적 지배, 즉 '가스라이팅'을 당한 피해자들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잘 아는 관계자는 "피해자들 가운데 여전히 구속된 DJ들과 서신을 보내며 관계를 이어가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이들이 빨리 풀려나길 바라면서 말이죠.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그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되려 이런 피해 학생들의 행동에 손가락질하는 어른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적절한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우치기엔 이들은 턱 없이 어린 나이라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여전히 청소년 드나드는 디스코팡팡…관리 방향은?

이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업주 A 씨는 모든 지점의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경찰과 지자체도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디스코팡팡을 어떻게 관리할지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디스코팡팡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여전히 일반 유원시설업으로 분류돼 성범죄자 취업 제한 대상에 벗어나 있고, 지금도 청소년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A 씨는 직원들에게 성매매, 강매 등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원뿐 아니라 여러 매장에서 성폭행 등 범죄가 발생했었다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요. 10여 년 동안 이 업계를 이끌어왔던 A 씨에게 과연 관리감독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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